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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사나이
2023.12.20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엑싯에 성공해서 한강변이 내려다보이는 대저택에서 슈퍼카를 타고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은 선망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이를 목표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죠. 하지만 1,8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엑싯에 성공하고도, 달콤한 자본의 맛을 택한 대신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간 사업가도 있습니다. 주부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양면 프라이팬으로 유명한 ‘해피콜’ 브랜드 이현삼 대표입니다.

이현삼 대표는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산골 소년이었고, 막연히 서울로 상경해서 생계를 위해 막노동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토스트 팬을 영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절실함과 집요함으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 결과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게 되죠. 하지만 본인이 판매하던 제품의 불량으로 인해 고객 외면하는 경험을 하게 된 이 대표는, 본인이 창업을 해서 직접 품질 좋은 제품을 개발하여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해피콜의 양면 프라이팬입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선구이를 좋아함에도 냄새와 눌어붙음 등의 번거로운 점 때문에 집에서 잘 해먹지 못하는 점을 포착하고, 붕어빵 기계에서 영감을 얻은 양면 팬을 출시하여 대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이아몬드 프라이팬, 초고속 블렌더 등 히트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해피콜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였고, 해외 20개국에 수출하는 등 누구나 믿고 쓰는 주방 브랜드로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회사의 눈부신 성공과는 별개로 이 대표의 건강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습니다. 일 년에 300번 이상 비행기를 타는 격무, 하루하루 피 말리는 경영 스트레스로 이명과 불안증, 피부병 등이 이 대표를 괴롭히며, 회사는 행복하지만 개인은 힘든 역설적인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회사가 가장 폭발적인 성장을 하던 시기인 2016년, 이 대표는 회사를 매각하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인수 최종 후보는 2곳이었고, 그중 한 곳인 프랑스 가전회사는 밸류 2천억원 + 연봉 100억원을 줄 테니 2년 동안 대표로 역임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비록 이보다 낮은 1,800억 밸류였지만, 락업 조건을 요구하지 않은 이스트브릿지&골드만삭스 컨소시움으로의 매각을 선택하였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매각 직후 이 대표는 형제들과 함께 강원도 홍천 공작산 산골로 들어가서, 황토집을 짓고 농사꾼으로 변신했습니다. 모든 농사를 유기농 방식으로만 짓고, 양봉과 죽염을 구우며 자연과 한 몸이 되었습니다. 위태롭던 그의 건강은 급속도로 좋아졌고, 그동안 바쁜 일상으로 인해 신경 쓰지 못했던 가족 형제간의 우애도 동시에 돈독해졌습니다. 이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쁨과 행복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나는 결과만 바라보며 남들보다 빠르게 살았고, 빠르게 죽어가고 있었다. 하마터면 성공하고도 가난해질 뻔했다.”

흔히 기업 매각이나 엑싯이라 하면 물질적인 부분만을 떠올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본 해피콜 엑싯 케이스에서의 매각은, 한 인간의 “진정한 행복”을 위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M&A, 일명 자본주의의 꽃이라 일컫는 그야말로 복잡한 계산의 세계에서, 역설적이게도 숫자만이 아닌 ‘한 인간의 생애’라는 더욱 고차적인 부분에 포커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