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년 즈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집 바로 앞 골목에 작은 치킨집 프랜차이즈가 오픈을 준비중이었고,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이하에서는 “후참”)

“Fried really good home”

 

더 이상 직관적 일수 없는 국문 상호도 모자라, 영문 상호까지. 강력한 첫 인상, 타 프랜차이즈 대비 저렴한 가격, 맛있는 후라이드 치킨, 집 바로 앞 위치 등 여러 이점 때문에 테이크 아웃으로 자주 먹었습니다. 가게는 금세 동네 맛집이 되었고, 테이크 아웃 기다리는 동안 끊임없이 울리던 “배달의 민족 주문~” 소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다 후참을 다시 만난건 어느 한 유튜브 동영상이었습니다.

“3천만원으로 창업해서 200억에 매각한 치킨 프랜차이즈 대표”

 

유명하지도 않은 사람의 10분이 채 안되는 독백 영상이었지만 수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했고, “장사의 신”은 이제 구독자 60만명이 넘는 인기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유튜브의 골목식당을 표방해 많은 식당에 진정성 있는 컨설팅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책도 발간해 수익금을 모두 좋은 곳에 기부하면서 말 그대로 선한 영향력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유튜버가 후참의 창업자 은현장씨입니다. 이 분의 영상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장사의 신이라고 느껴지는 순간들로 가득합니다. 사실 장사를 잘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합니다. 백종원씨도, 은현장씨도 기본에 충실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바탕으로 사업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프랜차이즈가 백종원씨나 은현장씨의 그것처럼 잘되면 좋겠지만, 당연히 모두가 그러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주변에 프랜차이즈는 수 없이 많고, 지금 이 순간에도 프랜차이즈 대박을 꿈꾸며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많은 프랜차이즈들 중에는 오랜기간 우리 곁에서 견고하게 성장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한때의 유행이었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프랜차이즈도 많습니다.

 

한창 잘 나가던 후참은 약 200억원에 초록뱀미디어의 자회사인 초록뱀푸드팜에 인수되었고, 은현장씨는 당시 건강상의 이유로 후참을 매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매각 사유는 개인 문제니 차치하더라도, 왜 후참이 많고 많은 프랜차이즈 중에 성공적으로 매각을 마무리 할수 있었는지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치킨으로 메뉴를 바꾼 이유

 

은현장씨가 처음부터 치킨 요식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치킨 이전에도 곱창 사업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잘 되던 곱창집을 접고, 굳이 경쟁이 심한 치킨으로 업종을 변경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왜 치킨 프랜차이즈는 많고, 곱창 프랜차이즈는 적을까요?

 

우선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심플합니다.  치킨은 전 국민이 사랑하는 메뉴고, 곱창은 그런 메뉴가 아닙니다. 실제 M&A 시장에서 거래되는 프랜차이즈 업종도 거의 대부분 “호불호가 없는 음식”들입니다.  조금 특이한 메뉴의 프랜차이즈화로 성공하는 브랜드도 많지만 M&A 시장에서는 확장성의 한계 때문에 큰 인기를 얻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매각에 성공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대부분 치킨, 햄버거, 부대찌개, 소고기, 커피 등 전국민이 좋아하는 메뉴들이 많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수급”입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전국 수 백개의 매장 운영이 가능해야 규모의 경제 효과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화사씨의 곱창 먹방으로 곱창 수급 대란이 일어났던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곱창은 소와 돼지의 특수부위기 때문에 특정 이슈가 터지면 적절한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여지가 많습니다. 매장이 많지 않으면 수급 불안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겠으나, 프랜차이즈와 같이 수 백개 매장이 수급 불안에 시달린다면 그 비즈니스는 결코 안정적일 수 없습니다. 화사 씨의 먹방 하나로 전국 곱창집이 공급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곱창 비즈니스는 유통과 생산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은현장씨가 그의 유튜브에서 “요식업 프랜차이즈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싶었는데, 곱창은 프랜차이즈화에 어려운 점이 많아 치킨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한 지점에 위의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확장인데, 치킨은 수요와 공급 모두 곱창보다 한수 위입니다.

 

 

2. 준비기간 1년보다 더 중요한 것

 

후참 사업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입소문을 통해 인기가 많아지는 시기가 왔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매장 오픈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그는 프랜차이즈 사업 준비에 약 1년의 시간이 소요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지만, 핵심은 그곳에 있지 않습니다. 그 1년이 간절한 점주들과 그렇지 못한 점주들을 구분할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 오히려 더 핵심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는 긴 시간동안 매장을 오픈해 달라고 요청했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림에 지쳐 다른 프랜차이즈 사업을 오픈했고, 실제 후참을 오픈하게 된건 소수의 정말 간절한 점주들이었다고 합니다. 간절한 점주들의 매장이 잘 되지 않았을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후참이 매각에 성공한 이유가 됩니다.

 

프랜차이즈 M&A 시장에 가장 중요한 지표는 “매장당 매출, 손익, 성장율”입니다. 즉, 전체 프랜차이즈 기업의 매출과 수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망하는 매장 없이 거의 모든 매장이 다 잘된다”는 점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몇몇 스타 매장에 의존한 프랜차이즈의 손익 지표는 잠재인수자들에게 리스크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스타 매장에 의존하지 않고 대부분의 매장이 성장하고 높은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스토리가 훨씬 더 매력적이기 마련입니다.

 

후참 브랜드를 진정성 있게 기다리고 매장을 오픈했던 간절한 점주들의 실적은 보나마나 좋았을 수밖에 없습니다.  은현장씨의 1년 준비기간도 한 몫 했겠지만, 열의 없는 점주가 후참 브랜드를 망가트리는 리스크를 줄이고, 간절한 점주들의 서비스 마인드와 퀄리티 유지가 조화를 이루며 후참 대부분 매장이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 점이 M&A를 성공적으로 끝낸 주요한 지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3. 골목상권 브랜드

 

M&A에 성공하려면 잠재인수자의 인수 후 성장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데요, 그런면에서 후참이 골목상권 브랜드라는 점도 매우 큰 강점이었을것입니다.

 

제가 처음 본 후참 매장도 도심 메인 상권과는 거리가 먼 구석진 골목이었고, 적어도 저는 후참 매장을 번화가 메인 상권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매장이 워낙 많아 모든 매장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골목상권임)

 

입점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골목 상권에서도 먹히는 브랜드는 그 자체로 큰 강점이 됩니다. 단순히 저렴한 임대료를 통한 수익성 개선 가능성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입점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지역에서 충분히 매장을 늘리며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메인 상권에 매장을 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메인 상권은 인기가 많기 때문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심지어 비싼 임대료를 부담하겠다고 결정하더라도 좋은 자리가 쉽게 나올리 없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저하시키지 않으면서도 많은 매장 확장이 가능한 프랜차이즈는 많지 않은데, 후참은 이 지점을 잘 파고드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조금 촌스러워 보이는(?), 투박해 보이는 브랜딩(?)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가장 치밀한 브랜딩 전략, 프랜차이즈 확장 전략이었을지 모릅니다.

 

 

4. 정성적 요소들

 

사실 저는 장사의 신 유튜브 채널 팬입니다.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은현장씨의 팬이죠.

 

요식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그의 노하우를 아낌 없이 베풀어 주는 장면들, 조금 게으른 사장들에게 친형의 마음으로 쌩욕을 날려주는 장면들, 메뉴와 가격구성, 음식 제조 프로세스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 장면들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그의 팬이 됩니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이러한 장면들에 기업이 보유해야 하는 정성적 요소들이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사람들에게도 1) 시스템(주문접수부터 배달까지 이렇게 해야 한다), 2) 문화(사장은 미친 듯이 간절하게 일해야 한다 등), 3) 교육(성공한 가게들, 실패한 가게들 통해 좀 배워라)들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데, 하물며 본인 프랜차이즈의 점주들에게 어떻게 했을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합니다.

 

M&A는 이러한 정성적인 요소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정성적인 요소들을 숫자나, 지표로 기록하기는 어렵겠지만 은현장씨가 사업을 일궈온 과정과 흔적들을 실사해 보면 위에서 이야기한 요소들이 아주 잘 드러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딜이 마무리 되기까지 기본적인 재무제표, 매장별 손익, 실사 결과 등 M&A에서 기본적으로 살펴보는 요소들도 중요했을 것입니다. 어쨌든 수백억원이 오가는 거래기 때문에 기업재무, 회계, 세무는 물론이거니와 법, 상표권 등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와 실사가 진행되었을 것이구요.

 

실제로 후참 딜에 오늘 이야기한 요소가 어느 정도 고려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식업 프랜차이즈 M&A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지점들인 것은 분명합니다. 간만에 치킨 먹으면서 은현장씨 유튜브를 보다가 프랜차이즈 매각 성공 이유까지 고민하게 되어 여기까지 왔네요. 은현장씨의 선한 영향력이 계속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